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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발레알못의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관람기 본문
장소 : 경상북도 구미시 송정대로 89 구미문화예술회관
공연일자 : 2024.03.20. ~ 2024.03.21.
오랜만에 방문한 구미문화예술회관.
방문목적은 발레공연 관람.
올해는 월 1회 이상은 문화생활을 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마침 국립발레단이 구미를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발레 공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기에 비장하게 티켓팅 참전 ㅋㅋㅋ
결과는 B구역 10열 9번이라는 관객석 센터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구미문화예술회관의 공식적인(?) 포토존.
내가 도착한 시간이 공연 1시간 전인 6시 30분이었는데, 로비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티켓을 찾고, 커피 수혈 후 공연 30분 전인 7시쯤 로비로 돌아오니 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일찍 와서 다행이야 ㅎㅎ)
티켓 부스 옆에 이렇게 공연에 대한 안내사항이 적혀있었다.
공연 중 촬영은 불가하다고 적혀있었지만, 공연이 끝난 후 마지막 인사할 때는 다들 카메라 들고 찍는 분위기라 나도 잠시 찍어봄 ㅎㅎ.
공연장에서 생수도 안 되는 줄은 몰랐어서 실수로 물을 사 갈 뻔했다.
이런 공지가 있다면 예매페이지에 기재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 ㅎㅎ
공연장에 입장하면 무조건 찍어야 하는 티켓 인증샷 ㅋㅋ
평소에 보던 가림막이 아닌 국립발레단의 가림막이 눈앞에 있어서 뭔가 더 설렜다.
뭐야 '여기 예술의 전당이야? ㅎㅎ'하면서 앉음 ㅋㅋㅋ
이번에 앉은 내 자리 1층 B구역 10열 9번에 대한 후기를 살짝 써보자면,
사실 티켓팅할 때는 그냥 잡히는 대로 찍었을 뿐인데, 공연장 전체의 센터자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ㅋㅋ
무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멀면서도 무용수들의 표정도 볼 수 있을 만큼 적당히 가까운 거리였고,
9열과 10열 사이 통로가 있어서 자리 앉기도 편했다.
시야방해 없이 아주 잘 보고 옴.
단점은... 다음에 이 자리 예매 못할 것 같은 느낌.. ㅎㅎㅎ
이번에 관람한 발레공연이나 지난번 봤던 클래식 공연처럼 무대 전체를 보고 싶다 하면 10열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온다? 무조건 전진하세요.
티켓 발권하면서 가져온 안내책자.
기념이라 생각하고 챙긴 건데, 공연에 대한 줄거리, 감상포인트들이 적혀있어 공연관람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발레 처음 본 발레알못이라, 사실 말 한마디 없이 춤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걸 상상해 보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북 아니었으면 '쟤 뭐 함?' 하면서 볼 뻔함.
1막 1장 - 왕자의 생일날
왕자의 성인식을 축하하는 왈츠와 축배의 춤이 눈을 즐겁게 하고, 무용수들의 대열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입체적인 안무를 구현한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탁월한 안무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 36회전으로 활한 기교를 뽑내는 광대의 춤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드디어 시작된 백조의 호수.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암전이 됐는데, 음악은 들려오는데 가림막이 올라가지 않았다.
방송사고인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입장 전 봤던 안내문에서 지연입장 - 서곡(2분)에 대한 내용을 봤던 게 생각이 났다.
어두운 불빛 없이 어두운 공연장에서 음악만 들리니 공연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1장의 배경은 왕자의 생일파티.
연회장 배경으로 남녀 짝을 지은 무용수들이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와 예쁘다 하고 보고 있는데 누가 봐도 왕자일 것 같이 입은 주인공 지그프리트가 등장했다.
점프 동작하시는데 진짜 공중에 떠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멋있었다.
위에도 적혀있지만 등장인물 중 하나인 광대가 진짜 감상포인트였다.
뭔가 느낌은 뮤지컬의 멀티맨같이 사람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느낌이었는데, 발랄하게 통통 뛰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여기 번쩍 저기 번쩍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이래서 축하파티에 광대를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1막 2장 - 백조의 호숫가
이 호숫가 장면은 원안무가 레프 이바노프의 원작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차이콥스키의 유명한 음악과 함께 <백조의 호수>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백조를 관찰한 후 움직임을 발레로 표현한 이바노프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왕자와 공주가 처음 만나 추는 아다지오, 앙증맞은 네마리 백조의 춤, 아름답고 시원한 세 마리 백조(이 부분은 알렉산드르고르스키 안무) 장면과 더불어 발레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인 24마리 백주의 군무 등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발레블랑(백색발레)의 향연이 이 장의 관전포인트다.
본인의 생일파티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지 못한 지그프리트가 잠시 방황하는 사이 무대 안쪽에서 갑자기 검은 악마(a.k.a. 천재적인 악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바뀌는 무대배경과 조명.
갑자기 파란 조명으로 바뀌더니 배경도 어느 순간 호숫가처럼 변해있었다.
내 귀에 들리는 건 제일 유명한 백조의 호수.
오 드디어 오데트 나오나?! 하고 보는데, 갑자기 시작된 악마와 왕자의 커플댄스(?)
표현은 커플댄스라고 했지만, 악마가 왕자의 춤을 그림자처럼 따라 춰서 되게 멋있었던 장면 중에 하나였다.
무대화장 때문인지 진짜 악마가 왕자를 잡아먹을 것처럼 따라다니길래 숨도 못 쉬고 봤던 무대였다 ㅋㅋㅋ
그렇게 커플댄스가 끝나고 나니 등장한 백조들
그냥 옷이 백조 같아서 백조인줄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춤이 진짜 백조 같았다.
백조군단의 춤에 압도돼서 입 벌리고 보고 있는데 드디어 등장한 오데트.
줄거리만 보고는 왕자 너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아니야? 했는데,
사랑에 빠질만했다 ㅋㅋㅋ
너무 예쁘게 잘 추셨다.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왕자가 결혼을 약속하고 1막이 끝나버림 ㅠㅠ
2막 3장 - 왕궁 무도회
안무가의 개성이 확연히 나타나는 부분.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다른 버전과의 차별성으로 특별히 비중을 둔 각 나라 공주의 춤 장면은 각 나라 특유의 민속뮤용을 포인트로 가미하여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이 막에서 선보이는 흑조 오딜과 지그크리트 왕자의 '그랑파드되' 역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특히 1인 2역을 맡아 오데트 공주인 척 왕자를 유혹하는 오딜의 연기와 발레리나 최고의 테크닉이라 일컬어지는 32회전 푸에테를 선보이는 주역 무용수의 기교가 압권이다.
2막이 시작되면서 다시 돌아온 왕국 무도회.
1장과 같은 배경 같은 축제분위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을 할까 궁금했는데, 등장인물이 조금 달라졌다.
줄거리에서 봤던 것처럼 매력을 뽐내기 위해 등장한 5명의 공주님들이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감상포인트에 적힌 것처럼 옷차림도 다른 5명의 공주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무대를 이끌어가서 더 재밌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론 제일 마지막에 등장한 공주님(줄거리 대로라면 폴란드 공주님?)의 춤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지그프리트는 오데트와 결혼발표를 할 생각뿐..
(1막을 보는 동안은 발레동작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2막이 되니 조금 익숙해져서 그런가 무용수분들의 표정연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갑자기 악마와 그의 딸 오딜이 입장했다.
다들 하얀 옷인데 위아래로 어둡게 꾸미고 등장해서 누가 봐도 저 사람들 수상해! 할만한 모습이었는데,
오데트와 같은 모습(당연함 1인 2 역임)이지만 검은 드레스로 더 화려하게 꾸민 오딜을 보니,
저래서 왕자가 배신을 때렸구나! 하고 납득했다 ㅋㅋㅋ
오딜과 왕자가 함께 딴스딴스하기 전에 로트바르트의 독무대가 펼쳐지는데, 되게 파워풀하고 멋있었다.
2막 4장 - 백조의 호숫가
악마 로트바르트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이 장면은 1막 2장과 같은 멜로디의 음악을 사용하지만 음아이 조금 더 빠르게 흐르면서 극적인 느낌을 준다.
<백조의 호수>는 크게 두 가지 엔딩 버전이 있는데, 비극 버전은 왕자의 배신에 절망한 공주가 호수에 빠져죽고 왕자역시 뒤따라 죽는 것으로 끝나지만,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진정한 사랑으로 운명을 이긴다'는 해피엔딩을 선택하여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
결혼하겠다고 선언을 하자마자 힝! 속았지? 하고 정체를 드러내는 오딜 뒤로 갑자기 나타난 오데트!
아차! 하고 뛰어간 호수를 배경으로 4장이 시작되었다.
2장과 마찬가지로 백조의 호수로 시작을 하는데 2장과는 다르게 조금 빠른 템포로 그러나 더 비극적인 느낌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역시나 2장처럼 악마와 왕자의 커플댄스로 시작을 했는데, 2장과는 다르게 악마의 몸놀림이 가벼워 보였다.
헤헷. 속았지?! 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계셔서 보는 내내 약 올랐음 ㅋㅋㅋ
왕자는 반대로 2장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 보였다. 내가... 내가... 오데트를 배신했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음.
같은 노래로 같은 춤을 추는데 저런 느낌을 표현하시는 게 너무 신기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춤으로 속죄를 하고 있는데 다시 등장한 백조군단.
오딜에서 오데트로 돌아오는 주인공을 위해 백조들이 다시 멋지게 군무를 보여줬다.
과몰입해서 그런가 약간 (웅성웅성) 들었어? 왕자가 배신했대 (웅성웅성) 하는 것 같았음 ㅋㅋㅋ
그리고 등장한 우리의 오데트는 슬픔으로 몸져 누움 ㅠㅠ
오데트에게 변명하러 찾아온 왕자에게 백조들이 쉽게 오데트를 보여주지 않고, 거기에 악마가 데려온 흑조까지 합세해서 왕자와 오데트의 만남을 방해했는데,
왕자를 없애버리려는 악마 때문인지 마지막에 백조들과 흑조들이 모두 물러나고 고요해진 무대 위에 왕자, 오데트, 악마만 남았다. 왕자 없애러 가요 하는 뒷모습으로 악마가 접근하는데 갑자기 일어난 오데트.
겨울왕국 보는 줄 알았다 ㅋㅋㅋ
덕분에 악마는 저 멀리 사라지고 왕자와 오데트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ㅋㅋㅋ
역시 트루러브가 중요함.
이렇게 모든 무대가 끝나고 찾아온 커튼콜 타임.
2시간 동안 열심히 무대 하신 무용수분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티비예술무대 보는 느낌으로 봤는데, 티비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게 훨씬 더 재밌는 것 같다.
한 30년만 더 일찍 봤으면 나의 장래희망 목록에 발레리나가 추가됐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이런 무대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주 만족스러웠던 3월의 문화생활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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